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5월을 뽐내는 카네이션 향기를 맡으며 살짝 상기되어있는 여인의 뺨을 만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전 8시, 기숙사를 출발하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 없었다.
누리봄은 7호선 중곡역에 위치해있었고, '지옥철' 러시아워에 걸치는 실습지 도착시간은 출근길 양복을 걸치고
바쁜 걸을음 걸어가는 직장인들과,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직 화장을 덜 끝낸 숙녀들의 아이라인 그리는
모습을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모른체....모든 우리 서민들의 조촐한 하루의 시작을 맛깔나게 구경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었다. 첫 실습 전날 밤, "야, 누리봄 어땠어? 선생님들은 어때? 칼퇴근 가능? 가면 뭐부터하냐?"
등등, 질문의 공세를 펼치며, 마치 소총을 처음 잡아보는 논산의 훈련병처럼 긴장이 바짝 선체로 만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중곡역에 내려 함께 일주일 실습을 하기로 한 전우들을 만나 누리봄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내 좌심실은 고압력의 후부하가 걸려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아니.. 분명히 10분 전에 들리던 7호선 선로를 스치는 바퀴소리가 왜 나 가슴에서 들리고 있는것인가?
그리고, 분명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라고 들었는데.. 도대체 간판은 어디 붙어있는 것인가?
다행히 네x버 지도가 가르키는 곳은 이곳인데.. 지은지 20년도 더 되보이는 일반 빨간 벽돌의 가정집 아니던가?
"야 승희야 여기 맞아?"
"ㅇㅇ오빠.. 여기 맞다고 나오는데.."
"그럼.. 들어가 볼까?"
'끼..익~' 왠지 녹슬어 보이는 철문을 밀자 기름칠 덜 된 마찰음이 들렸다.
들어서자 보이는 풍경은 조촐한 마당, 그리고 연기가 자욱한 테라스였다.
'뭐지.. 화재라도 났나?' 라고 생각은오산. 연기는 바로 회원분들의 모닝흡연 시간이었던 것이다.
"우와!! 어서오세요!! 이번에는 어디서 오셨어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 회원님은 원성진(가명)님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고맙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삼육대학교 간호학과에서 실습나온 학생들입니다! 사무실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처음 오셨구나? 삼육대? 저번주에도 오셨는데? 일단 옆에 차고를 통해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봐요!"
"네! 감사합니다!"
분명히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로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 멀끔한 분들밖에 없는거지?
어쨌든 부랴부랴 지하 1층으로 향했고, 직원분들께 물어물어본 끝에 원장님과 마주할 수 있었다.
원장님과 시작된 오리엔테이션은 한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의 내용은 누리봄의 소개로 시작되서
우리의 질문과 그에 대한 피드백으로 이어졌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누리봄이나 소망나무 등 정신재활 관련
기관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이나 실습 마지막 피드백을 'Supervision'이라는 용어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많은 친구들이 슈퍼비전 슈퍼비전이라는 단어를 생소하고 의아하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실습이 끝난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볼 때, 타당한 용어라고 생각이 된다.
영어로 Supervisor는, 직장 내 나의 윗 랭크 상관을 뜻하거나, 메니저, 감독 등을 뜻하고,
Supervise라는 동사는 감독하다, 전체적으로 지시하다, 총괄하다 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오티던 피드백이던, 오늘 하루에 있을 일에 대한 토론을 하는, 아니 토론이라기 보다는
감독 및 피드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슈퍼비전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적절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여기까지 여담이 너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누리봄 실습은 나 스스로에 대한 치유가 일어나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평생을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나는, 항상 더 가지지 못해서, 남의 것을 빼앗고 더 높게 올라가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져 왔었다. 하지만 간호학과를 선택한 후 '이타심'이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간호학 안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열의에 작은 불꽃의 씨앗이 생겨버렸다.
임상에서의 실습을 진행하며, 수 많은 환자들과 접촉하는 나지만, 이번 누리봄 실습은
정말 색다른 체험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상생활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는 회원분들과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통할 수 있었고, 인간이 의지와 뜻만 있다면 삶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믿었던 내 자신이
사뭇 부끄러워지면서, 의지가 있어도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과
이해심, 그리고 간호학에 처음 입문하였을 때처럼 '이타심'이라는 것과 '보람'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새롭게 깨우칠 수 있었다.
Recreation 준비 과정과, 함께 진행한 나의 간호학과 전우들.. 그리고 함께 도와주신
우리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물론 짧은 시간이었지만 뜻깊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더욱 좋았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물들어질 사회의 비탄적 시선이다..
사실 누리봄이 따로 분리되어 있거나 소외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기에 더욱 걱정이 된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조현병 질환자들에 대한 서슬퍼런 독설..
저주의 비판적 글들과 분노들이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회원님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하루하루를 전심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우리 직원님들과 원장님들에게
기운빠지는 일이 되지는 않을가.. 염려가된다.
그래서 한 번 파이팅있게 외쳐보는 것으로 소감을 마치려한다..
누리봄. 화이팅!!
그리고..
누.리.마.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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