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개선에서부터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까지 한국이 안고 있는 숙제들이 UN장애인권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2008년 12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이듬해 1월 협약이 발효된 한국은, 정부가 첫 번째 심사보고서를 제출하고 민간에서도 함께 보고서를 제출해 지난 9월 말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은바 있다.

한국이 심사를 통해 받은 최종견해는 3개 부문에서 66개 항이 포함, 우려 및 권고사항에 대한 다수의 의견이 서술됐다.

최종 견해에 제시된 주요 권고사항은 ▲장애등급판정제도를 검토해 장애인의 특성과 상황, 욕구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것 ▲활동지원서비스의 확대 적용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장애여성관련 정책 수립 시 성인지 관점 도입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선전전 강화 ▲모든 유형의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이동권 확보와 정책 점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금지와 관련 지원 마련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성 기준 적용 ▲성년후견제가 대체의사결정이 아닌 조력의사결정으로 피후견인의 자율성과 선호도를 존중 할 것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 박탈을 허용한 법률 조항 폐지 ▲가족이 아닌 장애당사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활동지원서비스 이용금액 산정 ▲수화와 점자를 공식어와 문자로 지정할 것 ▲보험가입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과 협약 25조e항 유보 철회 등이 최종견해에 포함됐다.

이러한 권고들은 그동안 한국사회 속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촉구돼 왔던 것으로, 국제적 기준으로 다시 한 번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이제 한국사회의 변화와 그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되자 장애계는 정부와 사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본격적인 변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 되는 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변화다.

최종견해는 장애인권리협약이 이야기하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이 가장 중심이 된다. 이는 차별 또는 배제, 분리 등 장애인을 나눠 생각하던 잘못된 생각들을 바꿔가는 사회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여기에 한국이 갖고 있는 장애 관련 정책들에 대한 변화도 촉구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된 것은 장애등급제 폐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료적 개념만을 바라보는 장애등급 때문에 장애인 개인의 욕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장애가 더 이상 개인의 손상이 아닌,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사회 환경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장애인 정책을 총괄적으로 시행하고 모든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기능을 활용해, ‘권리’적 측면에서 정책이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과정에서 유보된 선택의정서 비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택의정서는 정부가 협약상의 규정을 위반해 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경우 국내에서 가능한 모든 구제절차를 이용하고도 권리구제가 되지 않았을 때, 장애인권리위원회에 통보해 심리를 청구할 수 있는 개인통보제도와 조사권을 담고 있다.

결국 선택의정서를 비준한다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의 적극적 이행을 약속하고, 장애인 권리 침해를 강력하게 제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데서 조속한 비준이 촉구된다.

여기에 사회 변화와 이에 따른 법과 제도 개선, 이 모든 과정을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이제 한국은 좀 더 나아간 장애인 권리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